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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실시간 이용후기 덧글 0 | 조회 12 | 2023-06-20 21:05:03
홍시  
그러나 이내, 젊은 황제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스타실시간 오늘 부로 짐은, 황제의 전권을 행사하여 ‘캐슬’을 개 방하노라.” 그 충격적인, 아니 이해조차 되지 않는 선언에 군중은 잠시 숨을 멈췄다. “···.” 광장이 적막에 휩싸인 가운데. 시민들은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소리 죽인 속삭임이 점차 커져 이내 웅성거림에 가까워질 때 즈음. 쿠구구궁— 강렬한 굉음과 함께 ‘캐슬’의 문이 움직이기 시 작했다.] 그것은 바로 라이언의 가문이 소유한 캐슬이었다.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는 거대한 문. 그것이 듣기 싫은 소음을 일으키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 리는 전대미문의 광경이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열린 문 너머, 희뿌연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들. 캐슬의 주민들은 찬란한 태양빛 아래서 처음으로 진짜 세계 를 마주했다. 마치 10년 전의 제 모습을 보는 듯한 기분 속, 라이언의 입가 에 미소가 그려졌다. “···열어라.” 젊은 황제가 손을 들어 자신의 추종 세력에게 신호를 보낸 바로 그 순간. 제국 전역에 자리한 수많은 캐슬들의 문이 차례대로 열리기 시작했다. ‘이제야 나의 첫 소명이 달성되었구나.’ 그 순간 라이언은 실감했다. ···성이, 캐슬이 이제야 비로소 살아 있다는 것을.] “후우.” 다시 읽어봐도 또 소름이 돋는다. ···그건 역시 이 <캐슬>의 첫 문장, ‘성은 살아 있었다’와 완 벽하게 상응하는 마지막 문장 때문일까. 이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의 전율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가운 데, 마크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에곤 작가님도 작품마다 더 성장하시는 느낌이신걸.’ 처음에는 한 명의 담당자. 그러나 어느 순간 한 명의 순수한 독자가 되었으며. 이제는 완벽한 팬이 되어버린 마크가, 마음속으로 진심 어린 응원을 보냈다. * 그로부터 시간이 빠르게 지나 어느새 5월이 되었다. 그동안 유진은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면, 그의 에이전트 케빈 클레그는 도리어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것은 케빈뿐이 아니라 <캐슬>의 관계자들, 즉 시드니 담 당자를 비롯해 리암홀트 전 직원들, 라이터스홈 에이전시 직원 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오늘 케빈 클레그는- ‘<캐슬>에 관련된 것 말고도 보고드릴 소식들이 아주 많은 걸.’ 에곤 K, 아니 권유진 작가와 미팅을 앞둔 상황.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멸망한 세계의 피터 팬> 의 영화 제작과 관련하여 확정된 사항들이었다. ‘일단 감독이 엄청난 사람이지.’ 알랭 노에. 프랑스계 캐나다인 영화감독으로, 데뷔작이자 SF영화 <366 일째의 어느 오후>로 칸영화제에서 주목받으며 화려한 커리어 를 걸어온 헐리우드의 신성. 이후 <12인의 비밀>, <스텔라 애니그마> 등이 연속 대박을 내며 SF장르 전문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은 그가 <피터 팬> 영 화화를 진두 지휘하게 되었으며- ‘이 알랭 노에의 사단이자 파트너가 바로 릭 그로브라니.’ 릭 그로브. 지금이야 브로드웨이에서 대흥행 중인 연극 의 연출가로 유명하지만. 본래는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더 알려져 있으며, 특히 알랭 노에와 매번 함께 작업하는 것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이미 유진과는 관련하여 안면을 튼 바 있는 릭 그로브가 <멸망한 세계의 피터 팬> 각본을 맡게 되었다는 것. ‘그 자체로, 유진 작가님께는 의미 있는 인연이 아닐까.’ 여하튼. 케빈은 유진에게 보고할 자료들의 정리를 진작에 마친 터였 다. 그리고 미팅까지는 아직 제법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전까지는 - “이제는 디모인 주민이 되셨으니 자주 뵐 수 있겠군요, 마커 스 작가님.” “하하 그렇네요.” ···그의 또 다른 담당 작가인 마커스 스톤과 잠시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 지금 이 시각. 두 사람은 아이오와대학 내의 라이터스홈 산학협력 사무실 에 있는 중이었다. ‘마커스 작가님, 조금 늦었지만 이사 오신 거 축하드립니다!’ 디모인의 드레이크 대학교 MFA 과정에 등록을 마친 마커스 스톤. 학기는 9월에 시작되지만, 디모인의 어느 아파트로 미리 이 사를 마친 그에게 케빈은 전화로 연락했는데. ‘하하,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바로 연락드리려 했는데···.’ 근황으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럽게 차기작 아이디어 논의 로 이어졌고. 마침 이 아이오와시티에 와 있다는 마커스의 말에, 반색하며 제안했던 것이다. ‘아, 그러면 아예 저희 사무실에서 잠깐 얘기 나누실까요?’ 그리하여 지금 이 라이터스홈 산학협력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 마커스의 얼굴은 전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대학 측에서 마련해준 아파트가 저희 형이 사는 곳과 가깝 더라고요. 차로 10분 정도?” “오 그거 잘됐네요.” 마커스의 근황을 잠시 듣고 있던 찰나, 지잉- 하고 케빈의 핸 드폰이 진동했고. “괜찮으니까 얼른 확인해보세요 미스터 케빈.” “아 네 그럼 잠시.” 마커스의 배려 덕분에 케빈은 스마트폰을 들어 확인했다. 아까부터 대화에 푹 빠져 있느라 확인 못 한 메일이니 메시 지가 한가득이다. ‘···어?’ 30분쯤 전에 온 메시지. 그것은 권유진에게서 온 것이었는데. [유진 작가님 : 오늘은 계속 산학협력 사무실에 계신다고 했 죠? 제가 클럽활동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잠깐 일만 보고 바로 그쪽으로 갈게요!] [유진 작가님 : 아마 5시 반 정도 될 겁니다] 얼른 현재 시각을 확인해보니, 어느새 5시 25분이 아닌가. “어, 저, 그··· 마커스 작가님.” 케빈이 황급히 상황을 설명하자, 마커스 스톤은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 작가님이면 <토끼 남작> 저자 맞으시죠?”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제가 그 책 엄청 재밌게 읽어서, 저야 이 참에 얼 굴도 익히고 좋죠.” 마커스가 흔쾌히 양해해주는 것에 케빈이 안도의 한숨을 내 쉰 것도 잠시. ‘음, 유진 작가님이 많이 당황하실 것 같은데.’ 톡, 토독- 재빨리 유진에게 ‘마커스 스톤 작가님도 이곳에 계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지만. ‘안 읽으시네···.’ 케빈 클레그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던 바로 그때. 똑똑- 노크 소리에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그 앞에 있는 것은 예상대로 권유진. 클럽활동을 마치고 씻고 온 듯 머리가 덜 말라 있었다. “어서 오시죠, 유진 작가님. 그, 제가 좀 늦게 메시지를 보냈 는데, 지금 안에 다른 작가님도 함께 계시거든요···.” 케빈이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하자. “그래요? 메시지를 주셨구나.” 폰을 꺼내서 확인한 유진이 눈을 크게 뜨던 그때- “안녕하세요 유진 작가님!” 마커스 스톤이 활짝 웃으며 일어나 문 앞까지 다가왔다. 잠시 굳어 있던 유진은, 마커스를 보자마자 이내 얼굴 만면 에 미소를 띠었다. “안녕하세요, 마커스 스톤 작가님 맞으시죠?” “어, 어떻게 아셨어요?” “당연히 알죠. 작가님 작품들, <여우굴>과 <전선의 끝> 정 말 의미 깊게 읽었거든요.” “어··· 정말로-” “하하, 사실 제가 마커스 작가님 팬이라서.” 유진은 순진하기 그지없는 고등학생의 얼굴로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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